[김석오 칼럼] 한-미FTA 10돌,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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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242회 작성일 21-03-18 21:55본문
금년 3월 15일은 한-미FTA가 발효된지 10년째 되는 뜻깊은 해이다.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는 협상 당시부터 다른 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반대와 소란이 있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약값과 의료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고, 국내 농업은 붕괴되고, 무역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늘 것이라는 루머가 무성했다.
과연 그럴까?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한-미 양국간의 상품교역을 결산하면 한국은 지난 9년간 총 6,159억 불의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하였고, 미국은 4,464억 불의 물품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한국이 1,696억 불 이익을 거둔 것이다. 한-미 양국 간의 이런 무역 성적표 때문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한-미FTA를 ”끔찍한 합의(the horrible Korea deal)“라고 하면서 이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시작된 한-미FTA 재협상은 2018년 3월 미국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로 개정되었다. 한-미FTA 개정 이후의 상황은 어찌 되었을까? 2018년부터 2020년 3년간의 무역 성적표를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한국은 미국으로 2,202억 불을 수출하였고, 미국은 1,782억 불을 한국으로 수출하였다. 한국이 419억 불을 남긴 것이다. 여전히 한국이 무역 우위에 있다.
한국과 미국이 주로 수출입하는 품목은 어떤 것일까?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위 5개 품목을 보면 자동차(157억 불)가 압도적이고 이어서 반도체(75억 불), 자동차부품(55억 불), 컴퓨터(44억 불), 휴대폰(31억 불)순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반도체제조장비(46억 불), 반도체(35억 불), 항공기부품(26억 불), 자동차(26억 불), 의료품(16억 불)이다.
한-미FTA 협상 당시 우려가 높았던 식품은 어떻게 되었을까? 농식품은 2020년에 대미 수출이 15억2천만 불로 전년 대비 29.8%나 늘었다. 이 가운데 김치만 2,300만 불로 무려 55.8% 늘었다. 미국 시장이 우리나라 농식품 주력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한미 양국의 교역구조가 자동차 및 반도체와 같이 경쟁하는 품목도 있지만 상호 보완적인 교역구조임을 알 수 있다. 즉, 양국이 서로 발전적으로 윈윈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면 한-미 간 교역은 모두 핑크빛일까?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자국의 국내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왔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여 한국산 철강, 가전제품과 에너지 제품에 수입규제를 가해 왔다. 미국의 비관세장벽은 더욱 까다로워져서 현재 456개의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FDA 적색 리스트(Red List)에 올라 있다. 화장품, 의료기기, 농수산식품을 수출하는 유수의 한국 기업들이 비관세장벽에 걸려 미국 시장 진입이 차단된 것이다. FDA 적색 리스트에 등재되면 자동으로 통관보류되어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미 세관은 한국에서 수출된 물품에 대한 원산지조사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물품이 한국산으로 둔갑·수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통관장벽을 점핑하면서 FTA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유비무환’이다. 수출하려는 품목에 대해 미국의 수입요건을 파악하고 미국 통관전문가를 통해 통관적격 여부를 미리 진단해 보는 것이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미 세관의 원산지사전판정제도를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미FTA가 양국 간 교역확대와 경제 번영에 기여를 해 온 것은 명백하다. 한-미FTA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협정문 서문에서 명시하듯이 ”아·태 지역에서의 무역 및 투자에 대한 장벽 축소를 추구함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경제적 지도력을 증진“하길 기대한다. //
ICTC 이사장 김석오 Ph.D